whatever happened to her   방명록
BPF와 함께한 신나는 토요일 - (1) 기담
watchings | 2008/03/18 22:55
지난 토요일, 나는 정확히 9년만에 '링'을 끝으로 끊었던 공포영화를 보게됐다.

난 [기담]이 정말 그렇게나 제대로 만들어진 공포영화인지 몰랐다.
그저 BPF의 3월 15일 열렸던 세 개의 행사에 주루룩 신청만 해놓고, 미리 [기담]이란 영화에 대해 선학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으르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지만, 굳이 볼 영화에 대해 미리 알아보지 않았던 이유는 따로 없다. 원래 내가 그렇다.
'출발, 비디오 여행!'같은 프로그램은 적어도 내 세계에 있어서는 사회악이라고 생각하고, 한권에 무려 삼천원이나 하는 영화 주간지를 사고도 보고싶은 영화에 관한 기사는 단 한줄도 읽고 싶지 않아 무섭게 책장에 침을 발라 넘기곤 하니까..(그럼 읽을 기사는 절반밖에 안남으니 돈지랄;;)   

상영시간이 임박해서야 [기담]은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라는 사실이 확실하게 주지됐지만 ,유독 내게 철없는 남동생 이미지로 어필되는 '진구'란 배우의 어눌한 말투에 안심했고, '安生'이란 평온한 병원이름에 한번 더 마음을 놓았었나보다. 그래서인지 기대치가 없던 내게 자극은 더욱 세차게 몰아쳤다. 상영시간 내내 갈수록 비대해지는 불안감에 어깨한번 쫙 펴지 못하고 몸을 최대한 움추려 극장의자에 구겨져 박혀있었다. 영화의 절반정도는 양손으로 귀를 꼭꼭 틀어막고 어떻게든 짜랑짜랑 고막을 쨀듯이 안으로 덤벼드는 음향을 필사적으로 저지했고, 그 와중에도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되면 얼른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런 노력에도 반토막만 남은 [기담]은 결국 내 생에 가장 공포스런 영화로 기억되게 생겼다. [기담]에겐 영광스러울일, 내게는 환장할일!
영화 속 배경에 해가 떨어지고 주변이 어둑어둑해질 때마다 속에서 어찌나 생짜증이 밀려오던지, 눈가리는 척하면서 몰래 보고 싶은 마음도 전혀 생겨나질 않는 그야말로 나와 영화의 처절한 싸움이었다. 

이 영화를 내가 한번 더 보게 될 일은 우리엄마가 내일 당장 아이맥을 사라며 내 손에 돈다발을 쥐어줄 확률만큼 희박하다. (그러나 어머님하, 혹 제게 돈 주신다면 내일 저 기담 한번쯤은 더보겠어요..하악..엄마의 상욕소리가 귓가에 퍼진다...)

그렇지만 자꾸 영화의 퀄리티에 대해서만은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은거다. 탄탄한 시나리오, 간지나는 영상미, 섹시한 보경언니! 억지로 끼워 쓴것같긴 하지만 아다리가 딱딱 맞는 삼박자군!

해서, 주위의 지인들께 내가 반밖에 못본 영화를 추천하고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 입이 간질간질거렸다. 워낙 영화자체가 노말하지 않은 관계로 무턱대로 "기담보셈~"이란 말을 할 수 없어 조심스레 친구들에게 운을 뗀다..

Q. "혹시말야...공포영화 좋아하니?"

a. 응, 좋아좋아! 무지 좋아해!!
b. 아니, 딱 싫어.

a를 선택할 경우.
"아!! 그럼 너 기담 꼭 봐라. 응? 야야..그거 정말...최고야!"
라고 말해줬을텐데....

젠장..끼리끼리 모여 논다고 모두들 b의 반응을 보인다.
김샜다.

에이, 나중에 "전설의 고향"의 원조빠이신 우리 외할머니를 초빙해서 [기담] 한번 틀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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