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수다에도 뒤끝이 있다.

space | 2007/10/22 17:51 | conpanna

토요일 저녁 대학원 동기들과 정기 모임을 가졌다.

바깥 날씨는 춥고, 집안은 따뜻한 관계로 뺀질뺀질거리다 나가기 귀찮아진 지경까지 이르렀지만
롱이불과2주 전오늘 모임의 필요성을 핏대세우며 주장했던 게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줘,
얼른 준비하고 나섰지만, 지각.
길이 정말로 많이 막혔다.

사과의 의미로 생일이 막 지난 임산부 루리와 곧 생일을 맞을 새댁 잉메언니를 축하하는 뜻으로다가,
케익을 사들고 가서 미운털은 겨우 안박혔다.

참석률은 많이 저조해져 꼴랑 다섯명.
하지만 인원이 적은 관계로 밀도 높은 수다를나눌 수 있는 좋은 점도 있었다.
보통은 두팀 내지는 세팀으로 쪼개져 산만하게 떠드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어머나! 타이시도 임신 6주야?정말 축하축하!!"
자리에 앉자마자 타이시의 임신 소식을 전해 들었다.
가뜩이나 참석률도 저조한데, 그 중임산부 둘 포함해서 유부녀 셋이 있으니
롱과 나의 입지가 더더욱 좁아졌고
자연스럽게얘기는 아주머니(?)들의 주제 위주로 흘러갔다.

결혼, 출산, 육아,,
결혼은 제쳐두고라도 출산, 육아는 완전히 나와 동떨어진 저 세상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내 친구들이 하나씩 이 잡히지 않는 개념을 현실로 체득하고 있다는 게 사뭇 묘하게 느껴졌다.

얼마전에는 한참결혼을 마구 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결혼하고 싶어 죽겠는 남자가 있었던 건 아닌데, 왠지 한번쯤은 이사람 저사람 다 내 상상속에 데려다놓고
어떤 그림이 나올까 비밀리에 꿍꿍이를 부려보기도 했었다.

그러다 갑자기 어느 한순간,, 정확히 뭐가 계기가 되어서인지는 불분명하나
다시 결혼이란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패대기쳐버렸다.
이 그림 저 그림 그려보다 맘에 드는 게 없어서라기보다는,
아직 싱글의 우위를 마음껏 누려야 할 기회를 포기한다는 게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기는 하다.
역시나, 원인이 불문명하구나.
난 원래 여기저기 가고 싶은 것도 많고, 이것 저것하고 싶은 것도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서 복잡한 동선으로 움직이길 동경하는데,
아무래도 결혼은큰 제약이 될 거 같아서 부쩍 꺼려졌었다.

근데 이날은 자꾸 친구들이 해보니 좋더라, 어서해라,,라고 나서니
이거 역시 어서 해야하는 건가 하는 불안감이 스물스물 엄습해왔다.

이래서기혼여성과 미혼여성이 점점 멀어지는건가..
여러분들이 자꾸 그러면 내가 얼마나 불안해지는 줄 알아?!

하고 싶어해도 못하는 게결혼일 수도 있고
하기싫다했더라고하게 되는 게 결혼이니,
이건 뭐 잘보이는 곳에 살짝 박아두는 걸로 일단락져야겠다.

영 관심없다 생각했다가도 다크써클이 서서히 내려오는결혼 안한 사촌언니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찌릿찌릿해오는 걸경험한 바로 유추하건대, 하는 그 순간까지 안드로메다 행성으로 날려버린 결혼이란 개념에서난 자유로워질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