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놈이 겁을 집어먹었다.
떨한 골키퍼가 알까기로 한 골을 먹었다.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그토록 순진한 놈을 등쳐먹다니.
무시적삼에 풀을 먹인다.
한지에 물감을 먹인다.
연줄에 유리가루를 먹인다.
무가 바람을 먹었다.
똥꼬가 바지를 먹었다.
애를 먹었다.
욕을 먹었다.
뇌물을 먹었다.
충격을 먹었다.
삼촌이라는 작자가 조카의 재산을 꿀꺽 집어 삼켰다.
나이를 서른 살이나 처먹고도 밥벌이를 못하다니.
마음을 굳게 먹었다.
눈물을 삼킨다.
분노를 삼킨다.
펀치를 먹인다.
꿈밤을 먹인다.
더위를 먹었다.
그 새끼가 나를 엿먹였다.
나만 보면 언제나 눈이 게슴츠레해지는 옆집 여자를 마침내 따먹고야 말았다.
이외수님의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中에서...
외수님과 나의 인연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벽오금학도'라는 책으로 중학교 1학년 심소녀는 처음으로 외수님과 종이를 통한 소통을 시작하고자 했는데, 우리담임이 조회시간에 얌전히 책을 읽는 나를쏘아보고는 다짜고짜 그 책을 빼앗아가버렸다...
침을 입 양쪽에 가득 고아둔채 말을 하는습관때문에 '마농의 샘'이라는 당시 베스트셀러 제목으로 불리던양XX 선생님때문에 어쩌면 내가 이외수란 이름에 더 의식적으로 집착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난 어렸을 때부터 하지말라는 짓은 더 하고 싶어서 몸이 베베베 꼬이는 고집 센 아이였으니까.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는심심할때 10분 정도 가볍게 읽기 좋은 간식같은 책이다.
늘어진 4시, 초콜렛을 사러 매점으로 뛰어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경쾌한 타이핑으로 입안의 무료함을 달래보고자 손으로 눈으로 대신글자를 야금야금 새겨 먹어본다.
한국말이 모국어란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나라엔 먹는 게 참 많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