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매. 田姉妹. Jeon Sisters.
내가 사랑하는 우리 엄마와 이모다.
하지만, 이 '전자매'라는 용어에는 단순히 전씨 성을 가진 언니동생을 묶어 부르는 호칭 이상의 그 무언가가 있다. 적어도 우리집에선 이 '전자매'란말 속에는역시 부정적 함의가훨씬 크다할 수 있다.
갈수록 외모까지 닮아가는 이 두 분은 우리 심남매와 저집 백남매가 정말 안하셨으면 하는 일들을 종종 벌이셔서 여러사람의 빈축을 사곤 하신다.
그럼에도 난 이 두분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먼저반복해서서두로 깔아두고 이 글을 시작하련다.
몇 주전 우리엄마는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내 적금을 깨버리고 친디아펀드로 갈아타시기를 감행하셨다.
물론 난 말렸다. 중국펀드야 이미 재미 다봤는데이제와서 가는 건 늦지 않을까투자원금을 까먹지 않을까 염려가 됐다.
하지만 나보다 열배 큰 팔랑귀를 가지신나의 모친은 은행 영업사원의 수익률 홍보에 이미 기어이 일을 치시겠다고 맘을 먹은 뒤였기 때문에 말리는 시늉 한두번하곤 일단 두고 보기로 했다.아빠가 천자리 숫자를맞춰준다고X백만원을 채워주신다기에 그냥 딴동네 불구경하자는 심정으로 묵인한 나도작금의 이모든 손실의 원죄를엄마에게 뒤집어 씌울 수 있는위인은 못된다.
처음엔 잊고 지내기로 했다. 묻어둔 돈으로 치자 생각했다. 그러나 연일 중국펀드에 대한 회의적 신문기사가 대대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상황에서 차마 잊고 지낼 수 만은 없었다. 계좌를 살짝 조회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다. 그래도 혹시 내 상품은, 내 상품만은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지 않을까 작은 기적을 믿어보고자 했다.허나 내 인생이 언제 그리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리더냐.
나의 원금은 뚝뚝 까이고 있다. 차라리 내 살을 떼어 가지 그러니. 그거라면 얼마든 주련다...
나: 엄마, 원금이 자꾸 까이고 있어.
엄마: (의기소침하게)그래....일단 지켜보자. 당장 회수할 거 아니잖아..
나: 엄마, 그래도..이게말야..점점..
엄마: (살짝 기운을 회복하시고)얘! 그래도넌 이익이잖아. 아빠가 너한테..
나: 아줌마!!내가 아빠돈 떼먹어서 뭐하냐고..시장이 내 돈을..내 돈을..
엄마:(막장 분위기)아, 쫌 기다려봐. 그냥 없는 셈 치고 넣어둬.
.........................................그래요. 그래요...
펀드는 펀드고, 아무튼난 이번달부터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했다. 적금을 끊어버리고 나니, 봉급을 어디로 굴리면 좋을까 요리조리 열심히 머리도 굴려봤다. 봉급이 들어오는 오늘 아침(울 엄마는 매달 내 봉급날을 카운트다운 하심) 엄마가 아침밥을 차려주시고 평소와 다르게 마주 앉아 평온한 미소를 보내주신다.
엄마: 너 계 하나 붓자.
나: 뭔 놈의 계? 에..싫어싫어. 계주 도망가면 어떡하라구.
엄마: 아냐, 엄마 친구들 너 잘알잖아. 이모 아니면 XX이가 할거야.(XX는 엄마의 절친)
나: 아. 알았어. 해.해.(이 동네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결국 난 할 수 밖에 없게 되어있는 시스템이다.)
엄마: (얼른 수첩을 들고 나와 이모 계좌번호를 적어준다.) 여기로 돈 넣어라.
결국출근하자마자 월급이 찍힌 아름다운 통장 잔고를 아주 잠깐 확인하고, 잽싸게 이모에게 돈을 넣었다.
조금있다 바로 이모에게 전화가 온다.
나:(약간의 생색을 내며)이모~ 내가 방금 돈 부쳤는데, 고새 그걸 알고
이모:(내 말을 뚝 짤라먹으며)얘얘, 됐고,,너 하나 더 부어라.
나: 아앙??! 뭔소리야..나 방금 돈
이모:(또 짤라먹으며)아니, 갑자기 한자리 비었어. 그냥 부어. 너 끝에 타게 해줄게. 알았지?
나:아니, 그게 아니고, 저기,,
이모:식구끼리 좋잖니, 너 8번 9번으로 두번 타!!
아, 난 또 전자매한테 낚여서 고스란히 열달간 곗돈만 주구장창 부어대게 생겼다.
다시 한번 나의 재테크 실천은 10개월 뒤로 미뤄지고야 말았다.
못살겠다. 전자매..
이모야, 어디 도망가면 안돼~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