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오늘이 1일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엄마아빠가 여행을 떠나셔서 집을 비우고 어제 집에 혼자 남아있던 난 '나홀로 집에'의 막장아들 케빈마냥 신이나서 집안을 난장판으로 쓸어버리고 노곤해져 깊은 잠에 빠졌다.
오늘 아침 눈을 뜨니 8시 5분.
이상하게 마음이 급하지 않았다. 8시 50분만 넘으면시무식 때문에 어차피사람들이 사무실을 비울테니 천천히 가야겠다고 작정을 하고꽤나 여유있게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늘 가던 1번 국도를 타고간다. 출퇴근길 운전의 주행속도나 차선을 바꾸는 지점은 언제나 머릿속에 입력된 메뉴얼 대로다.
'이 구간에서 80km/h를 밟아야 다음 신호를 겨우 받고 그다음엔 2차선으로 옮겨서 신호대기를 한다.'
지루한 습관이지만 빼먹을 순 없어 사이드미러, 백미러를 살피고 교과서적으로나의 매깅이를 2차선에 옮겨놓는다.
순간 3차선에서 보내온 '쿡'치고 빠지는 쥐섀끼같은 차 한대. (너 2008년 무자년 전령사냐?!)
사고다. 아..믿을 수 없을만큼 마음이 차분하다.
신호대기를 위해 워낙 서행중이던 나는 놀라서 발을 옮겨 액셀을밟아버릴 정도로 황망하지도 않았기에,
운전학원에서 배운대로 비상 깜박이를 켜고 추이를 지켜보다 구석한켠으로 차를 세운다.
어디서 주워들은 기억이 난다.
사고가 나면 말을하지마라. 언제나 입이 재앙을 불러오지 않던가.
보험회사에 전화를해 담담하게 차번호를 얘기하고 접수를 마쳤다.
사무실에 전화를 하니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e언니가 전화를 받는다.
사고가 나 늦을 거 같다고 얘기를 했다.
지각 변명거리가 생겨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잠깐 들었다.
사고가 난 뒤 취해야 할 행동은 모두 취한 거 같았지만 어딘가 허전했다.
역시 엄마였다. 길가다 발목을 접질러도 늘 찾던 엄마가없다.
사고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사람이 현실속의 내가아니고 어린아이가 상황을 설정해어른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기분이 들었다. 그래서겁많은 내가 떨지도 않고 이렇게 담담하게 버텨내고 있는거였구나.
1시간처럼 길게 느껴지던 10분정도 밖에 서서 차가운 바람과 지나가던 운전자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거침없이 받아드렸다.
새해엔 대게 복들을 주고 받던데... 바람과 운전자들에게 뭔가를 돌려줘야 할 거 같았던 난결국 무심한 시선과 기세등등한 입김으로 성의없는거래를 했다.
그 때 느닷없이 차량한대가 내 쪽으로오더니 창문을 내렸다.
"아가씨, 내가 뒤에서 봤는데그 쪽 잘못은 하나도 없어. 저 뒷차가 끼어들었어. 절대 시인하지말고 대답하지마시라고!"
오지랖 넓고 친절하신 아저씨 한분이 내게 신신당부를 한다. 어리버리한 내 외모가 가끔 쓸만한거구나.
하긴, 상대 운전자 아저씨가 지나차게 날카롭게 생기긴 했지.
아직 2008년 토정비결을 보진 않았지만 이렇게 시작되지 않았을까싶다.
'무자년 1월초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하게 된다. 다행히 서쪽에서 귀인이 나타나니.............'
상투적이고 재미없는 반응이지만 이렇게 된거 액땜했다고 생각해라. 생각하자.
뭔가 정신없는 시작이다.
새해 첫 포스팅이 사고소식이 될줄은 몰랐는데.
끊임없이 보험회사로부터 오는전화에전화기는 내 대신 몸을 오슬오슬 떨어준다.
갑자기 뒷목이 당겨오는 것 같은 느낌은 또 뭐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