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여차저차 생긴 이십팔만원을 봉투에 고이 모셔두고..정 현금을 써야할 일이 있을 때 한장씩 한장씩 꺼내썼다.
소비생활은 카드결제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굳이 봉투에서 돈을 꺼내써야할 일이 많지 않았다. 별도로 지갑엔 여분의 현금도 있었으니까...봉투에 현금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난 현금 좀 있는 여자. 아니..현금 좀 있었던 여자.
그러던 어젯밤..집으로 쳐들어오신 어머님의 절친 두분께서 엄마와 저녁식사를 하시더니..
통 각자 집으로 돌아가실 생각들을 안하시고 우리집 거실을 꿰차고 앉아 서른명 단체손님과 같은 포스로 이야기 꽃다발을 피우셨다. 그러다 맥주 생각이 나셨는지 내 이름을 고래고래 부르시더니 심부름을 시키신다.
내가 한 삼년만 젊었어도, 아주머니께 한 돈이만원을 얻어다 심부름을 갔을텐데..
직장인 가오가 있지! 심부름 팁 따위 필요없다고 도도하게 선언하고 그 고귀한 '돈봉투'를 챙겨들고 차를 몰고 근처 마트로 갔다.
계산대 앞에서 빳빳한 만원짜리 두장을 꺼내 맥주와 안주값을 치뤘다.
그때 본 돈봉투가 내가 그를 목격한 마지막 모습이다.
있겠거니, 있겠거니, 운전석에 떨어뜨렸겠거니, 가방 속엔 들어있겠거니, 책상위에 올려놨겠거니, 비닐봉투 속에 들어있겠거니, 있겠거니, 있겠거니 했다.
하지만 사라졌다.
아직은 약간 꿈같다.
상실감에 노래를 한 곡 불러봤다.
음색이 참으로 비통하다.




















